
요즘 들어, 마음이 자주 어두워진다. 집에 불을 켜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늘어난다. 창밖은 여전히 붉은 노을로 물들고, 계절은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데 내 안은 점점 어두워진다.나는 문득 생각했다. 내가 사는 이 공간 말고, '나라는 집'에는 언제 마지막으로 불을 켰을까.나라는 집 어릴 땐 그 집이 작고 따뜻했지만, 어른이 될수록 벽은 두꺼워지고 창은 작아졌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도 쉽게 열리지 않게 되었고,스스로도 그 안에 들어가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남을 위해 창을 열고, 일을 위해 정리하고, 누군가의 기대를 위해 벽지를 바꾸었지만 정작, 내 안의 불은 꺼진 채였다. 그러다 어느 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친구의 목소리, 아무 목적 없이 걷던 길 위의 햇살, 읽고 잊혔던 오래된 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