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철학

니체의 초인사상, 왜 현실과 문학 속에서 실현되기 어려운가?

글빛누리 2025. 2. 9. 21:46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서구 철학의 혁명적 사상가

프리드리히 니체는 근대 철학의 지평을 뒤흔든 독일의 철학자입니다. 전통적 도덕과 기독교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며, 인류에게 새로운 사상적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의 핵심 개념인 초인(Übermensch), 권력 의지(Wille zur Macht), **영원회귀(Ewige Wiederkehr)**는 현대 철학의 핵심 토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신은 죽었다"**라는 그의 선언은 절대적 가치체계의 붕괴를 선고하는 동시에 인간에게 새로운 가치 창조의 책임을 부여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시적 언어로 그의 사상을 집약했으며,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극적이게도 니체는 생애 말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지만, 그의 철학적 유산은 오늘날까지 현대인의 사고방식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니체의 초인(Übermensch) 사상은 인간이 기존의 도덕과 가치를 초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 사상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주장에 기반을 두며, 크게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기존 도덕의 초월: 니체는 인간이 기존의 기독교적 도덕과 사회적 가치에 얽매여 나약한 존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 시스템을 창조해야 한다고 본다.

강한 인간의 중요성: 니체는 인간이 스스로 가치와 의미를 창조하는 강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강한 인간은 '초인'이라는 개념으로 나타나며, 기존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는 존재를 의미한다.

 

중요한 명제들:

  •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은 우리가 더 이상 절대적인 가치나 기존의 도덕 체계에 의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모순된 가치들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가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궁극적으로 그는 "초인(Übermensch)"이라는 이상적 인간상을 제시한다. 초인은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로,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자기완결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니체의 철학에서 초인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며, 삶을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는 인간이 내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초월하며 성장하려는 근본적인 충동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권력 추구가 아니라, 자기 극복을 통해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려는 본질적인 욕망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 니체의 "영원회귀(Ewige Wiederkehr)" 개념은 그의 철학에서 가장 심오하고 도전적인 사상 하나이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사상이다.영원회귀는 "현재의 삶이 기쁨과 고통을 포함하여 동일하게 영원히 반복된다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시험하는 궁극적인 기준이 된다.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 》 《즐거운 학문 Die fröhliche Wissenschaft 》에서 개념을 소개하며, 단순히 우주의 순환적 본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달하고자 하였다.영원회귀 사상의 핵심은 "운명애(amor fati)"이다. 이는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심지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까지도적극적으로 사랑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니체는 이러한 태도가 인간이 진정한 "초인(Übermensch)"으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보았다. 

 

초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적·도덕적 가치관을 뛰어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쥐며,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나약한 도덕—특히 기독교적 도덕과 같은 자기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가치 체계—에서 벗어나 강인하고 창조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초인은 단순히 강한 인간이 아니다. 그는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정 이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통해 절대적 가치의 종말을 알렸으며, 인간이 더 이상 외부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문학 속에서도 초인이 되려 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실패하는데, 이는 기존의 가치 체계를 뛰어넘는 것이 단순한 거부나 반항을 넘어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야 하는 과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초인이 된다는 것은 개인에게 엄청난 고통과 갈등을 수반하는 일이기에, 이를 완벽하게 성취한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현실에서 초인이 되기 어려운 이유

니체의 초인은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이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자기 확신과 철저한 가치 창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흔들리는 존재다.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고수하는 일조차 어려운데,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초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기존 질서와 규범을 부정하는 존재는 자연스럽게 주변과 충돌하게 된다. 초인이 기존 사회 질서를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하지만, 사회와의 단절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가혹한 일이다결국, 니체가 제시한 초인은 너무 이상적인 모델일지도 모른다.

 

현대에 와서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인물들이 있다.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은 기존의 관습을 거부하고 창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이 철학적 의미에서의 초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들의 목표는 기술적·산업적 성공이었지, 완전히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니체가 말한 초인은 단순한 리더가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의 의미를 새롭게 창조하는 자다. 이를 현실에서 실현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문학 속에서 초인이 실패하는 이유

니체의 사상은 문학 속에서 자주 다루어졌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인이 되려 한 인물들은 실패하고 만다. 이는 초인이 되는 과정이 단순한 도덕적 탈피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는 니체의 초인 사상을 선취한 인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존 도덕을 초월하여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확립하고자 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을 나폴레옹과 같은 위대한 인물과 동일시하며, 평범한 인간의 도덕을 뛰어넘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노파를 살해한 후,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초인의 모습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경험하게 된다. 

라스콜니코프의 실패는 그가 이론적으로는 초인 사상에 근접하였으나, 실존적 차원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체화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전통적 도덕관념이 남아있었고, 이것이 그의 행동과 사상 사이에 분열을 일으켰다. 결국 그는 소냐를 통해 인간적 연대와 사랑, 그리고 속죄의 가치를 발견하며 자신의 이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속 뫼르소 역시 사회적 감정과 규범을 초월한 듯 보이지만, 그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않았다. 그는 기존 도덕을 거부하고 감정을 배제한 채 살아갔지만, 끝내 자신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초인은 단순히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그 빈자리를 새로운 가치로 채워야 하는데, 뫼르소는 그러지 못한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파우스트 박사는 니체의 초인개념과 부분적으로 공명하는 인물이다. 두 사상 사이의 연결점은 주로 기존 가치체계에 대한 거부와 자기 극복의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

파우스트는 전통적 학문과 종교적 가르침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그는 신과 계약을 맺으며 기존 도덕과 권위를 부정하고, 더 높은 차원의 지식과 경험을 추구한다. 이는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 기존 가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또한 파우스트는 지식, 쾌락, 사랑, 권력, 창조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이는 니체의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 개념과 연결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도 존재한다. 니체의 초인은 신이 없는 세계에서 완전한 독립성과 자기 창조를 이루는 존재이지만, 파우스트는 결국 신의 계획 안에서 움직이며 신의 용서와 구원을 받는 결말을 맞는다. 니체 철학에서는 신의 존재 자체가 초인의 길을 방해하는 요소이므로, 파우스트가 마지막에 신에게 의존하는 점은 초인과 거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파우스트는 초인의 가능성을 품은 인물이지만, 완전한 초인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 과도기적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와 니체의 초인 개념 비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산티아고는 니체의 초인 개념을 현실적으로 구현한 인물에 가장 가깝다. 산티아고는 단순히 강인한 인물이 아니라, 자기 극복과 운명의 긍정을 통해 초인의 핵심 특성을 보여준다.

산티아고는 니체가 말하는 자기 극복의 화신이다.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거대한 청새치와의 사투에서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의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패배할 수 있어도 결코 무너질 수는 없다 Man is not made for defeat.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라는 그의 말은 자기 극복의 정신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니체의 운명애(Amor Fati) 개념 또한 산티아고에게서 발견된다. 그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한계를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바다와 청새치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시험하는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하는 태도를 보인다.

산티아고는 고통 속에서도 삶을 긍정한다. 노쇠한 몸의 한계를 넘어 청새치와 싸우고, 결국 상어들에게 그 전리품을 빼앗기지만 이를 비극으로 여기지 않는다. 패배 속에서도 존엄성을 유지하는 모습은 니체가 말하는 고통을 통한 성장을 보여준다.

기존 가치체계에서 벗어난 독립적 인간상도 산티아고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사회적 인정이나 물질적 보상과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마을 사람들에게 패배자로 보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는 모습은 니체가 강조한 '자기 창조'와 '자기 의지에 따른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티아고는 완벽한 초인이라기보다 현실 속에서 초인의 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문학적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기 극복, 운명애, 고통을 통한 성장, 독립적 인간상을 모두 구현하며, 전통적인 성공과 패배의 기준을 넘어 자기만의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로 니체의 초인 개념에 가장 가까운 문학적 형상화라 할 수 있다.

 

철학이 현실에서 왜곡될 위험

니체의 초인 사상은 종종 오해되었고, 역사적으로도 왜곡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나치 독일이다. 나치는 초인 개념을 인종적 우월성과 연결 지어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로 변형했다. 하지만 니체의 초인은 특정한 민족이나 계층이 아니라, 개인의 자기 초월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니체의 '힘에의 의지' 개념도 군사적 정복과 지배의 논리로 변질되었다. 원래 이 개념은 인간이 스스로 성장하고 창조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나치는 이를 군사적 팽창과 지배의 정당화로 사용했다. 철학적 개념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결론: 초인은 현실과 문학에서 실현될 수 있는가?

니체의 초인은 철학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 실현되기에는 너무 이상적이다. 인간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기존의 도덕과 규범을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초인은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며, 문학 속에서 초인이 되려 한 인물들은 대부분 좌절한다.

 

궁극적으로, 초인은 단순한 도덕적 해체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여야 한다. 니체가 강조한 것도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보다 나은 창의성"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후에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실에서 초인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 니체의 'Übermensch' 번역에 관한 고찰

니체의 'Übermensch'는 흔히 "초인"으로 번역되지만, 이는 영웅적이거나 초월적 존재로 오해될 수 있다. 실제로 니체가 말한 Übermensch는 신이 사라진 세계에서 기존 도덕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위버멘쉬"라는 음차 표기도 제안되었으나 의미 전달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초인(Übermensch)"처럼 원어를 병기하고 필요시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이 개념이 단순한 '인간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 자기 극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임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다.